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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현 Solo Exhibition 미술비평

  • 작성자 사진: Bahur
    Bahur
  • 2024년 12월 2일
  • 3분 분량


흙으로 그릇을 빚는다는 것, 그 신비로운 변화의 의미에 대하여


권영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다양한 형태와 색채, 그리고 질감이 담겨 있는 여러 도자 작업들을 선보이게 된다. 작가는 작업과 관련하여 성경의 이사야서를 인용하여 자신의 작업에 대한 생각을 드러내 보여주는데 성경에서 창조주를 토기장이에 비유하고 피조물을 진흙에 비유한 것처럼 흙을 빚는 작업을 하는 작가에게 있어 작업을 한다는 것은 신적 창조와 같은 신비로운 경험을 하는 과정이었음을 밝히고 있다. 흙이라 물질은 사실 어떤 구체적 용도나 의미가 담겨 있는 존재는 아니다. 그러나 그것에 어떤 질서를 부여하거나 어떤 형상을 담아내게 되면 그때 흙은 단순한 물질만이 아니라 쓰임이 생겨나고 의미가 발생되는 존재로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작가는 아마도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신적 창조에 비유할 수 있는 신비로운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게 되면서 작업을 한다는 것,즉 미지의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에 대해 깊이 사유 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흙을 빚는다는 행위,어떻게 보면 단순해 보이는 작은 행위가 만들어낼 수 있는 변화는 과연 무엇이고 어떠한 것인가에 대해 고찰하면서 이를 작업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작가가 만들어낸 작업들을 보면 대부분 무엇인가를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의 형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작가의 작업은 산업화된 용기들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특징, 즉 완전한 대칭을 이루고 있거나 매끈한 표면 처리가 되어 있는 것과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다. 투박해 보일 정도로 비대칭의 형상에 표면은 광택이 있기도 하지만 거친 느낌과 질감의 감각이 함께 다가오고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간혹 구명을 내어 투각 방식으로 작업하기도 하고 곳곳에는 성경구절로 보이는 글씨가 새겨져 놓은 것도 볼 수도 있다. 작가가 만들어낸 그릇의 형상을 한 작업들은 우선 그 모양이 갖는 특성에서 무엇인가를 담는 용도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게 되면 불규칙적이고 비대칭적이며 그릇의 쓰임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구명마저 여럿 발견된다. 일반적인 그릇처럼 어떤 액체나 고체의 무엇인가를 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그 그릇 모양의 형상에 무엇을 담고자 한 것일까? 작가는 물질인 흙으로 만든 그곳에 또 다른 물질을 담으려 하기 보다는 일견 물질을 담는 용도로 보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물질을 담기 어려운 양가적 상태를 보여줌으로써 그곳에 담아낼 수 있는 물질 이상의 것들에 대해 상상해 볼 수 있도록 안내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자신이 만들어낸 그릇 모양의 작업으로부터 자연을 우주를 그리고 영혼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작가는 흙이라는 물질로 빚어낸 그릇 안에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또 다른 차원의 세계를 담아내고자 했던 것이다

.

결국 작가는 작업이라는 과정이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라 비물질적인 것까지 창조해내는 행위일 수 있으며 이는 신적 창조와 같온 신비로운 변화를 만들어내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데 작가의 작업 방식을 보면 작업 내용이 굳이 세련되고 완벽할 필요도 없고 단지 감각하는 방식대로 소통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작업 한다면 이것이 변화를 만들어내는 큰 힘이 될 수 있음을 어느 순간 통찰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작가는 흙이라는 일상적 물질이 변화되는 공간,그릇의 형상을 빌어 만들어낸 화려하지 않은 공간, 바로 그 공간에 가시적 세계 너머의 것들울 지시하는 상상공간율 창조해내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이 상상공간을 통해 물질이나 언어로 표현될 수 있는 것 이상의 것들에 대해 대화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작가가 작업에 써 내려간 글들은 신과의 소통을 상징하는 성서의 문구일 수도 있지만 명확히 읽기 쉽지 않은 작업에 담아낸 수많은 텍스트들은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작가의 작업 가운데 메시지를 담아내는 그릇이자 소통의 상징으로서의 기표가 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흙이라는 물질이 메시지醫 매개하는 매체로서 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기독교 신앙인으로서 성서로부터 신적인 메시지를 듣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이제 전시를 통해 그 메시지를 흙으로 빚은 그릇 안에 담아 자신의 작업을 감상하는 이들과 나누고자 하는 것일 수 있다. 그 내용은 작가가 말했던 것처럼 자연과 우주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인간의 영혼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작가는 흙이라는 일상 속의 물질이 변화되어 수많은 느낌이 담겨 있는 물질 이상의 그릇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지렛대 삼아 가시적 공간 너머로 미지의 신비한 영역들에 대해 상상해 볼 수 있도록 전시라는 형식의 그릇과 같은 공간 안으로 초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승훈 (미술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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