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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Bahur

인문학 강좌 참여 후기 (from. 허원)



*이 글은 재단법인 액트가 기획하고 진행하는 인문학 수업, <제8강. 모짜르트와 그의 친구들> 에 참여하셨던 허원 님께서 보내주신 참여후기입니다. 귀한 참여 후기의 글을 보내주시고, 게재를 허락해주신 허원님께 감사드립니다.




 




한 주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렸지만, 지난 수요일의 ACT 공연은 잊기 전에 사진 일기 적어야지.


도예가이자 이웃 학부형이신 권영현 대표가 운영하는 재단 ACT의 2023 마지막 하우스 콘서트가 지난 주에 있었다. 연초에 대략 윤곽이 잡히는 다른 행사와 달리 이번 공연은 즉흥적으로 성사된 일이라 행사 준비가 한층 더 바빠 보였다.

액트 행사에 연주해 주시는 유명 연주자들이 대체로 권대표의 예원, 서울예고 동창인데 이날 연주한 김순진 선생님은 연주가 성사된 경로부터가 조금 남달랐다.


김순진 선생님은 아이 둘을 키우다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아이 키우며 공부하고 연주하고....그러다 보니 자연히 나이에 비해 조금 뒤늦게 박사과정까지 마치고 박사학위 받고 바로 그 대학 교수가 되었다.


연주만, 혹은 연구만 해도 힘든 객지 생활. 여기에 아이 둘을 키워가며 연주와 공부를 모두 해 냈으니 그간의 이야기는 선생님의 경력으로 얼추 짐작이 됐다.


우연히 오랜만에 해후한 어릴적 친구 권영현 대표의 하우스 콘서트 이야기를 듣고는, '가을에 딸 사위와 함께 서울 갈 일이 있으니 그때 연주 한 번 할게' 라면서 계획이 시작. 사정이 생겨 딸, 사위의 일정은 변경되었으나, 이 공연 하시려고 학기중에 일부러 시간 내어 서울에 오셨다.







그냥 교수님에, 연주자일 뿐 아니라... 선생님 강연 듣다 보니 유럽 레이블들과의 음반 녹음 일정도 많아서 정말 나올 수가 없는 일정인데 시간을 만들어 하우스 콘서트에서 연주해 주셨다.


권영현 대표는 덜컥, 일을 저지르고 보니... 아무리 어린시절 친구이고, 장소가 가정집이라지만, 다른 악기 반주도 아니고 바쁜 연주자 선생님의 피아노 독주. 이건 그랜드 피아노가 필요한 행사인 거다. (원래 이 댁에 스타인웨이 그랜드 있었다는데 ㅠㅠ 지금은 없는 관계로) 황급히 그랜드 피아노 대여. 물론 나는 촌티 줄줄 내며 그랜드 피아노 구경하려고 조율/리허설때 보러 갔지롱.


연주만 해주셔도 감사할 일인데, 김순진 선생님은 연주자/연구하는 교수인지라 모차르트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우리가 영화 아마데우스를 봐서 대략 아는 그 어린 시절 이야기. 그리고 조금 더 세세한 배경 설명.


신동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드 모차르트는 단순히 천재 아들의 흥행을 위해 연주 여행을 떠난 것이 아니었다. 짤즈부르그라는 시골 바닥에서 자기가 가르치기엔 너무나 재능이 뛰어난 아들을 가르칠 만한 스승을 따라 연주 여행을 갔다 보는 편이 더 정확하겠다. 동서 유럽의 정중앙에 자리한 오스트리아를 떠나 공연을 후원할 부유한 귀족과 위대한 음악가가 있는 유럽의 대도시는 모두 찾아 다녔다. 독일에서는 요한 세바스찬 바하의 수 많은 아들 중 여럿과 교류했고, 이탈리아에서는 당대 최고의 오페라 작곡 스타 클레멘티를 만났고, 프랑스에서는 글룩과 오페라를 공부했다 한다.





너무 재능이 뛰어나다 보니 가르침을 준 스승보다는 천재 제자를 중심으로 역사가 기록되다 보니 모차르트의 스승들에게는 초점이 가지 않고 '교류한 사람' 정도로 기억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레오폴드 모짜르트는 맹자 어머니의 교육관을 온몸으로 실천한 열혈 아버지였구나 싶다.


그리하여 모짜르트와 교류한 당대의 음악가들...처음에는 가르침을 청하러, 나중엔 모짜르트에세 가르침을 받으로 온 음악가들은 그냥 1'8세기 유럽의 고전파 음악가 전부'라 보면 된다. 그냥 모짜르트를 빼고는 그 시대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천재 모짜르트에 가려 잊혀진 수 많은 재능 있는 동시대 작곡가들.... 2등은 기억하지 않는 드러븐 세상.


이날의 또 다른 수확은 피아노 이전의 건반 악기의 역사. 챔발로, 클라비어, 등등 피아노의 조상들이 오늘날 피아노로 진화해 온 이야기.


김순진 선생님의 연주 곡목 역시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연주해 주신 세 곡 중 한 곡은 모짜르트, 나머지 두 곡은 동시대의 잊혀진 다른 대가 돌레스와 코젤룩의 작품. 몇 년 전 보스턴의 고음악 페스티발에서 우연히 만난 이들의 곡을 김순진 선생님이 음반으로는 처음 남기셨다지. 처음 듣는 곡이니 당연히 낯설지만, 형식만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고전시대의 교과서같은 작품들.





익숙한 모차르트와, 비전공인은 듣도 보도 못 한 새로운 두 작곡가의 곡을 작은 공간에서 50명 남짓한 사람이 모여 듣는 것 자체가 참으로 드물고 어려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이 작은 콘서트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세계 어디를 가나 한국인 중에는 클래식 악기 연주 잘 하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 그 수 많은 훌륭한 연주자 중에 특히나 우리 마음의 저 밑바닥을 건드리는 이들의 비밀은 무엇일까는 내가 오래전부터 스스로에게 던져 온 질문이다. 그 첫 번째 비결은 연주자들이 겪어온 시련과 고난, 고독이 단련해 준 그들의 성숙한 인격이 아닐까 한다. 우리 옛 이야기에서는 단장곡이라 하던가. 오장육부를 끊는 한이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비법 중 하나일 것이다.


가족과 떨어져 객지에서 홀로 아이 둘을 장성하도록 키워낸 일상의 무게, 남들보다 늦은 만큼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중압, 어려서부터 뛰어나다는 평가를 들어온 자부심을 유지할 수 있을 만한 노력, 타지에서의 외로움, 이 모든 고난의 더욱 성숙한 인간을 만들며 연주자의 연주를 더욱 다듬어주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지치고, 아프고, 서럽고, 슬플 때, 세상이 나를 버렸다 생각하는 순간에 예술에서 위안을 받고, 그렇게 예술은 또 한 번 우리를 구원하는게 아닌가 생각하게 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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